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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증도면 우전리 우전마을 당제 신안문화원 2006/3/23 2391


    증도면 우전리 우전마을 당제

    면소재지인 증동리에서 버스로 약 20분 거리에 있는 우전마을은 동쪽을 화동, 서쪽을 서해바다, 북쪽으로 대추리 장고마을과 접해있다. 조사 당시인 1987년도 현재 총110호에 501명(남 259, 여 242)이 거주하고 있으며 한양조씨와 밀양박씨가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이 마을에는 모래사장이 매우 발달되어 있고 목포대학 수련장이 자리잡고 있다. 마을의 농경지는 갯벌을 경지로 바꾼 것으로 여기서 주로 땅콩이 생산된다. 특히 땅콩은 고소득 작물로 성가가 높다. 바다에서는 김양식이 활발하여 주민들의 주된 소득원이 된다.
    우전마을 주민들은 매년 음력 정월 열 나흩날 밤 자정 무렵부터 ‘상당제→하당제’의 순으로 당제를 거행하는데 상당제의 당신은 ‘당할아버지’, 하당제의 당신은 ‘당할머니’이다. 단 제일에 대한 부정 관념이 매우 강하여, 마을 주민 중 누군가가 산기가 있거나 어느 집에 초상이 있으면 다시 날을 받아 제를 지낸다.
    상당제가 거행되는 상당은 마을 뒷산 서북쪽의 산등성이에 있다. 원형석축의 제당으로, 석축 내부에 작은 고송 한그루가 있고 그 나무 밑에 해마다 소의 뼈를 묻어둔 돌무더기와 제찬을 차리는 시멘트 제단이 있다. 이 돌무더기가 당할아버지의 신체이며 해마다 상당제가 끝나면 제주가 제물로 쓰인 소의 뼈를 이곳에 묻는다. 하당은 마을 앞 남쪽 50m 지점의 밭 가운데 있는데 수령 500여년된 팽나무와 죽은 쥐엄나무가 그 신체이다. 한편 상당에서 남쪽으로 약 20m 떨어진 곳에는 스레트지붕을 덮고 벽돌로 벽을 쌓은 당집이 있다. 이 집은 제주가 제물을 조리하면서 제기간 동안 근신하는 집이다. 당샘은 마을 뒷편에 서해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당샘은 물맛이 좋고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것으로 그 성가가 높다. 지금은 이 당샘을 급수원으로 사용하기 위해 물탱크를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당샘의 형체를 알 수 없다.
    당제는 매년 음력 정월 보름날 지낸다.
    이 마을에서는 토박이인 박인태씨가 생기복덕을 보아 제주가 될 후보 몇 명을 추천하며, 섣달 그믐날 마을 회의에서 그 중 1명을 선정하고 있다. 마을에 동답이 1,000평 정도 있어서 그 해의 제주에게 동답의 경작권이 돌아가는데 이렇듯 경제적 혜택이 있는 것인만큼 제주 선정 시에는 후보자들 간에 다소간 경쟁이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주가 되려는 후보자가 이장에게 뇌물을 주거나 마을 어른들에게 술을 낼 정도로 경쟁이 심했다 한다. 또한 제주의 선정은 마을의 주요 성씨인 조씨와 박씨 간의 위세 경쟁의 방편이 되기도 했다. 그 경쟁의 정도가 현재는 상당히 약화된 편이라 한다. 당제의 제관이 되는 것은, 경제적 혜택을 받고 자기가 속한 친족 집단의 위세를 높일 뿐 아니라 당사자의 신체적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고 운세를 펴나가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박씨의 진술은 그가 가진 제와 당신에 관한 속신적 관념을 잘 보여주어, 이 마을 당제의 이해에 참고가 된다. 그의 체험담은 다음과 같다.

    박씨는 제주로 뽑혔을 때 심장이 불편한 상태에서 당집에 올라가 꿈을 꾸었다. 그의 꿈에 백발 노인이 검은 형체의 사람들과 함께 나타나더니 아픈 곳은 걱정하지 말라고 말을 하고는 박씨와 하룻밤을 잤다. 깨어난 뒤 당제를 지내고 나서 신기하게도 박씨는 심장이 완쾌되었다. 또한 1987 년에는 당제 전부터 다리가 아팠었는데 역시 꿈 속에 어떤 노인이 나타나 박씨의 사양에도 불구 하고 박씨의 다리를 주물러 주었다. 이 꿈을 꾸고 당제를 지내고 나니 박씨의 다리는 완쾌되었 다. 이렇듯 제주가 되어 큰 효험을 본 뒤부터 박씨는 당제 및 당할아버지․당할머니에 대한 신앙 이 더욱 강해졌으며, 자기가 제주가 될 것을 원하고 있다.

    제주는 제일 전인 음력 초열흘날 이른 아침부터 진설에 쓰일 제물과 제기 등을 당집으로 옮기기 시작한다. 다음 제장과 당집을 깨끗이 청소하고 당샘에 가서 금줄을 친후부터 5일 동안 당집에서 혼자 지낸다. 이때 그는 목욕재계 등 온갖 정성을 드려야 하는데, 특히 목욕을 할 때는 춥다고 하여 입 밖으로 어떤 목소리도 내선 안 된다. 춥다고 입 밖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할아버지와 당할머니에게 정성이 부족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또한 5일 동안 간장과 밥 한 그릇 정도만 먹는다. 찬이 없는 것은 소식으로써 정성을 표시하기 위함이며, 식사의 양이 적은 것은 음식을 많이 섭취할 경우 대변이 잦아지기 때문이다. 대변을 볼 때마다 목욕을 해야 하는데 그 고통과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식사를 적게 하는 것이다. 제주는 일단 당집에 들어간 후에는 좀체로 마을에 내려가지 않는다. 타인이나 마을의 잡다한 사건에 의해 부정이 오염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부득이한 경우 마을에 내려갈 때는 길에서 만난 타인과 대화를 해서는 안 된다. 만약 출산이나 상에 관련되는 등의 부정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그 부정이 오염되면 당신으로부터 크게 노여움을 산다고 한다. 혹 제주의 부인이 심부름을 하게 될 경우도 있다. 이때 부인은 제장 근처에는 접근하지 못하고 다만 당집에 쳐진 금줄 앞에서 큰 기침으로 제주를 부른다. 제주는 당집에 기거하면서 제수용 쌀을 상 위에 펼쳐놓고 온전치 못한 쌀을 일일이 골라내어 정갈히 다듬는다. 이 과정을 통해 제주는 정성스러움을 더해가고 아울러 여러 가지 금기로 인해 고통스럽고 지루한 하루를 무난히 보낼 수 있다.
    정월 열나흩날 제주는 당샘의 물을 사용해 장만한다. 제찬은 소머리, 숭어, 도랏(도라지), 콩나물, 흰미리(백설기), 과일 등이다. 담백한 음식이 더 정성스럽다 하여 조리할 때는 일체 양념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들 제물 중 산채나 콩나물은 마을에서 채취한 것이고 숭어, 소머리, 과일 등은 지도읍의 장에서 구입해 온 것이다.
    제는 상당에서부터 시작된다. 상당제는 <진설→초향→재배→초헌→아헌→종헌→유식→사신→소지>의 순서로 진행된다. 소지는 1년 동안 마을과 주민의 평안을 기원하는 것으로서 제관을 위한 소지부터 시작해 이장, 주민의 차례로 진행된다. 일반 주민의 소지는 원하는 자에 한해서 올려진다. 만약 소지를 바라는 사람이 환자일 경우에는 “○○면 ○○리 ○○마을 아무개가 아프니 제를 모시고 나서는 썰은 물깍단처럼 낳게 해주십쇼”라고 기원한다.
    상당에서 제가 끝나면 음식을 골고루 떼어 당 주위에 소나무 밑에 던져 잡신을 먹인다. 이를 회식(헌식, 퇴식)이라 하는데 이때 제주는 ‘던져준 음식을 먹고 마을에 절대 타나나지 말라’고 외친다. 그리고 나서 제물로 쓰인 소머리를 창호지에 싸서 할아버지의 신체인 돌무더기에 묻는다.
    상당제를 마치고 나서 제주는 제의 종료를 알리는 화톳불을 피운다. 이를 신호로 마을에 대기해 있던 농악대가 당산으로 올라가서 함께 음복을 하고 제주를 맞아 마을로 내려온다. 마을로 돌아온 제주는 다시 마을 앞의 아랫당산에서 하당제를 지낸다. 하당제는 당할머니에게 메 한그릇과 나물 한가지만 진설하고 제주가 재배하는 간단한 절차이다.
    이튿날 아침, 농악대는 제주집부터 시작해서 마을 사람들의 집을 다니면서 지신밟기를 하고, 한편 제주집에서는 마을 노인들을 초청하여 제에 쓰이고 남은 음식과 막걸리를 대접한다. 이 자리에서 마을의 상당제, 하당제에 대한 제반 문제들을 논의한다. 단, 제에 쓰이고 남은 떡은 ‘약떡’이라 하여 각 가정에 공평하게 분배한다.
    당산제에 드는 비용은 동답 1,000평에서 소출된 쌀 중 마을 자금으로 쌀 4가마를 뺀 나머지에서 충당한다. 나머지 자금은 1987년의 경우 약 10만원이 제비용을 소요되었다고 한다.
    이 마을의 당제는 한때 역대 이장들이 동답을 임의로 처분한 후 자금 부족 때문에 존폐의 위기에 놓이기도 했으며, 기독교 유입으로 교인들의 당제 폐지론이 대두되기도 했었다. 이러한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제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갖고 있어 아직은 견실하게 당제를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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