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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서정과 흥취의 놀이판, 산다이 신안문화원 2006/3/23 2849


    서정과 흥취의 놀이판, 산다이

    신안을 비롯한 전남의 도서․해안지역 사람들은 관습적으로 명절 때, 초상을 치른 다음에, 쉬는 때 노래를 부르며 논다. 사람들은 이 놀이판을 산다이라고 부른다. 40~45여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젊은이들은 젊은이끼리, 어른들은 어른들끼리, 노인들은 노인들끼리, 또는 남녀가 함께 어울려 산다이판을 벌이고 어울려 놀았다.
    산다이는 도서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산다이판을 꾸려가는 주민들의 행동방식을 보면 그것이 오랜 전통을 지닌 행위문화의 유산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파악된 산다이의 종류는, 명절에 이루어지는 산다이, 초상치른 날 밤에 이루어지는 산다이, 즉흥적으로 이루어지는 산다이 등이 있다. 그리고 특수한 사례로 산에 벌목가서 벌이는 산다이, 어린이들의 산놀이 산다이, 전투경찰들과 마을 처녀들의 산다이 등이 있다.
    산다이의 분포 지역은 신안을 비롯한 여천, 고흥, 장흥, 완도, 영광 등의 도서 해안지역이다. 이 지역들은 풍부한 어장과 파시가 있던 곳이거나 그 인근이다. 이 지역을 중심으로 한 서남해의 물길은, 요즘으로 말하면 경부고속도로에 해당되는 뱃길문화의 일번지일 뿐만 아니라, 파시가 서서 경제적으로 흥청대된 곳이었다.
    산다이라는 말의 근원은 전통 연희인 산대놀이에서 찾을 수 있다. 어떤 이는 산다이라는 말을 일본말로 생각하여 일본의 예능 풍습이거나 그 영향 하에서 만들어진 것이라 얘기하지만 막연한 추측일 뿐이다. 산다이는 산대놀이의 ‘산대’와 같은 뿌리에서 나온 말로 생각된다. 산다이는 지역에 따라 흑산도 산다이, 송이도 산다이, 월항리 산다이와 같이 산다이란 말 앞에 지역 이름을 붙이는 것이 관습화되어 있다. 이는 산대놀이에서 송파산대놀이, 양주별산대놀이와 같이 이름을 붙이는 것과 비슷하다. 이름의 뿌리만 비슷한 것이 아니라 상업적인 배경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그렇지만 산대놀이가 탈놀이가 주를 이루는데 비해 산다이는 노래가 주를 이룬다는 점이 다르고, 그 판을 통해 지향하려는 세계가 다르다. 산대놀이가 상업적이고 사회적인 관심을 갖는데 비해 산다이는 서정적이고 개인적인 정서에 바탕을 두고 있다.
    흑산면의 가거도 사람들은 명절 때나 일하기 위해 모일 때면 심심찮게 노래판을 벌인다. 가거도 사람들은 열대여섯살이 되면 산다이에 참여한다. 이곳의 산다이 무대는 두 판이다. 하나는 방 안에서 벌어지고, 또 하나는 산에서 벌어진다. 명절이나 노는 판에서 마을 청년들과 처녀들이 방안에서 둘러앉아 노래부르며 노는 놀이판이 앞의 경우고, 산에서 일하며 노래부르는 판이 뒤의 경우다.
    첫번째 경우를 보자. 명절이나 잔치 때 방안에 둘러앉아 청춘남녀가 어울려 북․장고 장단에 맞춰 ‘아리랑타령’을 부르며 논다. 이 때의 노래 주제는 단연 사랑이다. 방에 청춘남녀가 모여 앉아 노래부르게 되니 사랑과 연모의 노래가 많은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더욱이 명절의 산다이는 사회적으로 공인 받는 자리이니 사랑의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주고받게 되는 것이다.
    섬지역에서는 일반적으로 여성들의 의사 표현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는데, 산다이판에서도 대개 여자 쪽에서 다음과 같은 노래를 먼저 부른다.
    “날 다려 가거라 날 다려 가거라/ 마음 있는 그대야 날 다려 가거라”
    이렇게 하면 짝이 되는 남자는 다음처럼 받는다.
    “니 얼굴 내 얼굴 깍얼굴이라도 / 니 마음 내 마음 한마음 아니냐”
    이렇게 시작된 산다이판의 분위기는 더욱 열띠게 발전하게 된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연정의 노래들이 자연스럽게 뒤따르게 된다.
    “높은 산 언덕에 흰 구름 덮고/ 정든 님 가슴에 손들어 연근다”
    “왼갓 자리에 단둘이 누워/ 남누난 그 자리가 뼘가옷이 남었네”
    “정든 님 품안에 깊은 잠 들면/ 총칼이 들어와도 나는 못 일어 나겄네”
    다음은 산에서 벌이는 산다이를 보자. 이 경우 산다이의 주인공은 여자이다. 방의 산다이판과 다른 점은 노래의 사설이 현실에 대해 날카로운 언어의 칼을 들이대고 있다는 점이다. 노래에는 원망과 질투가 원색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문학적 포장이 없다. 그러나 들어보면 그 원색적 사설들이 그들의 현실을 가장 멋지게, 그리고 가장 치열하게 담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기교를 부리지 않은 그 속에 문학의 참 맛이 스며있다는 생각이 든다.
    산에서 벌이는 산다이의 현장을 보다 자세히 보자. 여자들이 산에 올라 후박나무를 산채하거나 나물을 캐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먼저 한 아낙이 소리를 한다.
    “신안군 흑산면 너도면이 아니냐/ 아깝다 가거도라 툭 떨어졌네라”
    그러면 저쪽에서 일하던 아낙이 소리를 받아 한다.
    “잠을 자도 가거도 불을 꺼도 가거도요/ 여그는 가거도 살수가 없네요”
    이렇게 주고받기를 계속하면서 노래판을 벌이며 일하는 듯, 노는 듯 판을 벌여가는 것이 산에서 이루어지는 산다이다.
    이렇게 보면 산다이는 여자들의 노래판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물론 방이나 마을 내에서 이루어지는 노래판에 남자들이 끼기는 하지만, 노래판을 주도하는 것은 여자들이다. 여성들이 자기의식을 활발하게 표현한다는 점은, 육지 양반 마을의 상황과는 사뭇 다르다. 양반 마을에서는 여성들이 남자들과 어울려 노래부르고 노는 행위가 금지되어 있다. 또 같은 남성들 내에서도 신분에 따라 노는 집단과 놀이의 장르, 일상적인 행동양식이 엄격히 구분된다. 그러나 섬 또는 평민 마을의 경우는 다르다. 여성들이 남성들과 대등하게 생산활동에 참여할 뿐만 아니라 마을 공동체의 운영에 참여하여 활동에 걸맞는 권리를 확보하고 있다. 그래서 여성들이 자기들의 의식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가 어느 정도 보장되어 있다.
    이처럼 산다이는 도서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서정을 담아내고 흥취를 돋우는 놀이판으로 존재해왔다. 신안사람들은 이러한 산다이를 통해 일상의 문제를 드러내고 거기에 얽힌 정감을 토로해 냈다. 그리고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흥겨운 놀이와 노래로 흥취를 발산하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산다이는 생활 속에서 살아 있는 흥겨운 놀이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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