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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여인들의 놀이판 강강술래 신안문화원 2006/3/23 4484


    여인들의 놀이판 강강술래

    강강술래는 호남지역 여인들의 놀이판이다. 특히 전통시대 서남해 도서 해안지방의 부녀자들은 강강술래를 하면서 성장했다고 말할 정도로 강강술래는 일반화된 놀이였다. 육십, 칠십 살 먹은 남도의 여자치고 강강술래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팔월 보름 밤 여인들이 소리에 맞춰 손을 잡고 돌면서 부르는 강강술래는 우리가 부르는 노래 중에서 가장 많이 불렀고 또한 오래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민요 조사에서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던 여인네들도 강강술래 이야기가 나오면 한마디씩 거든다. 시집와서 처음으로 강강술래판에 들어서던 일, 마을 청년들이 담 뒤에 숨어서 여자들의 강강술래판을 엿보다 어른들에게 얻어 맞은 일, 소리를 쌍으로 내면 더 좋다는 소리결에 대한 이야기, 강강술래를 하기 위해 옷을 어떻게 마련했다는 등 강강술래는 그 놀이뿐만 아니라 거기에 얽힌 사연들이 많을 정도로 섬지방 주민들에게는 보편화된 놀이다.
    손을 잡고 돌면서 추는 원무(圓舞)는 세계의 어느 지역에나 있는 범상한 것이지만 온갖 정성을 들여 준비한 노래를 팔월 보름 달밤에 정성들인 옷을 차려 입고 사뿐사뿐 추어나가는 강강술래는 오직 우리만이 추는 민족의 춤이고 놀이다. 팔월 추석이 가까워지면 신안지역의 여인들은 밤마다 또래들끼리 모여서 소단위의 강강술래판을 벌인다. 이 판이 점점 커져 팔월 한가위날 큰 마을단위의 강강술래판이 벌어진다. 땀에 젖은 적삼이 몸에 착 달라붙어 젖몸이 그대로 드러나도록 뛰고 놀았다. 그 이튿날 밥을 하기 위해 부엌에 나가면 장단지에 퇴옥이 나 발길을 옮기기가 어려울 정도로 뛰고 놀았다고 한다.
    강강술래라는 말이 무슨 뜻을 갖는 말인지 실제로 강강술래를 노는 사람들은 별 관심이 없다. 그러나 강강술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그 말이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궁금해 한다. 어떤 이는 강강술래의 어원을 왜구의 내침과 관련지어 강강수월래(强羌水越來)라는 말에서 온 것이라고 풀이한 사람이 있다. 그 의도는 강한 적이 물 건너 침범해 온다라는 의미인데 그런 의미를 지닌 문장이 되기 위해서는 강강수월래(强羌越水來)가 되어야 마땅하다. 손에 손을 잡고 강강술래를 부르며 원을 그리며 돌고 도는 그 춤이 하여튼 재미있고 신명나지만 딱히 그 근원을 설명할 수는 없다. 어떤 이는 강강술래는 왜구의 침략을 막아내기 위한 전술의 차원에서 이순신 장군이 만들어낸 놀이라고도 하고 어떤 이는 고대 마한에서 농사일을 시작하고 마칠 때 놀았던 춤이라고도 하고 어떤 이는 남녀 간의 짝짓기 구혼행위에서 추는 춤이라고도 한다.
    신안의 섬에서는 팔월 추석에 강강술래를 많이 한다. 팔월 추석이 되면 누가 말하지 않아도 으례 강강술래를 할 줄 알았다. 그것은 몸에 밴 관습이다. 추석이 가까워 오면 사람들은 끼리끼리 모여서 강강술래 연습을 시작한다. 그러므로 강강술래는 팔월 추석에 의례적으로 부르는 놀이라고 보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팔월 보름밤에 모인 여인들은 손에 손을 잡고 소리에 맞춰 긴강강술래를 시작한다. 우리 민요에는 어떤 노래든 바로 빠른 소리로 들어가는 법이 없다. 긴강강술래는 강강술래로 들어가는 출입구라고 할 수 있다. 여인들이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면서 낭창낭창한 몸짓으로 원을 돌기 시작한다.

    달가운데 노송나무
    강~강 수월~래~
    금도끼로 찍어내어
    강~강 수월~래~
    놋도끼로 다듬어서
    강~강 수월~래~
    초가삼간 집을지어
    강~강 수월~래~
    양친부모 모셔다가
    강~강 수월~래~
    천년만년 살고지고
    강~강 수월~래~

    달을 노래하면서 첫소리로 시작하는 긴강강술래의 사설은 「나무를 찍어내 다듬어서 집을 지어 함께 어울려 살고싶다」는 섬 주민들의 이상향을 담은 내용으로부터 시작된다.

    저건네라 뜨는별은
    강~강 수월~래~
    은별인가 놋별인가
    강~강 수월~래~
    청실홍실 샛별이네
    강~강 수월~래~

    샛별이 뜨도록 밤을 새우며 놀고 싶다는 깊은 신명이 긴강강의 사설에 숨어있다. 긴강강으로 소리의 목을 풀고 몸을 풀고 술래꾼들의 호흡을 가다듬은 다음 잦은 강강으로 넘어간다.
    평소의 삶이 고달펐던만큼 노래의 사설도 휘어진다. 그러면서도 임을 그리워하는 사설들이 곳곳에 깔려 있다. 사설이 「넌출넌출 박넌출은/ 초가삼간 다덮는디/ 우리님은 어디가고/ 날덮을줄 모르는가」로 돌아서면 이미 원은 팽창할대로 팽창해 있다. 하늘에 뜬 보름달만큼 원이 부풀면 자연의 이치에 따라 원이 터지면서 「청어엮기」, 「고사리꺾기」, 「덕석몰기」, 「기와밟기」, 「꼬리따기」, 「남생아 놀아라」, 「문열기」로 넘어간다. 그러면 원은 해체되어 두 줄로 늘어서고, 두 줄이 맞서고, 아무 구속없이 흩어지고, 또는 서로 꼬리를 잡는 술래판을 벌이기도 한다. 그러다가는 다시 힘을 모아 강강술래의 원을 회복한다.
    장산면 공수리 마초마을 강강술래는 「긴강강술래-잦은강강술래-남생아 놀아라-직사적사」의 순서로 진행된다. 가거도 주민들의 강강술래는 매우 개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부르는 강강술래에 비해 덕석몰기와 문열기가 없고 대신에 ‘비여리여리’, ‘도롱도롱 도롱태’ 등의 노래를 불렀다. ‘비여리여리’는 잦은강강술래와 같이 뛰면서 부른다. 가사는 다음과 같다.

    물팍 밑에다 골매 잃고서
    골매 찾기가 난감하도다
    비여리여리 비여리여리
    비자나무야 비자나무야
    비자 나무에 연이 걸려 갔네

    머리 꼬지에 바늘 잃고서
    바늘 찾기가 난감하도다
    비여리여리 비여리여리
    비자나무야 비자나무야
    비자 나무에 연이 걸려 갔네

    ‘도롱도롱 도롱태’도 뛰면서 부른 노래다. 가사는 다음과 같다.
    돌아간다 도롱태 나무접시가 도롱태
    도롱도롱 도롱태 나무접시가 도롱태
    돌아간다 도롱태 나무접시가 도롱태
    돌아간다 도롱태 나무접시가 도롱태
    도롱도롱 도롱태 나무접시가 도롱태
    돌아간다 도롱태 나무접시가 도롱태
    도롱도롱 도롱태 나무접시가 도롱태
    돌아간다 도롱태 나무접시가 도롱태

    강강술래는 서남해 도서지역 주민들이 가장 신명나게 불렀던 노래다. 마치 이 지역 사람들의 몸에 새겨진 문신과도 같은 존재다. 팔월 보름이 되면 약속이 없더라고 으레 모여서 강강술래를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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