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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신안군의 수산의례 신안문화원 2006/3/23 2784


    수산의례

    어업은 바다의 안정된 상태와 불안정한 상태를 민감하게 포착하고 그에 적응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또한 어업은 계절과 조류의 주기, 어류의 서식과 이동 그리고 기후에 의해 항시 지배받기 때문에 자연조건의 변화에 의해 좌우되는 생계양식이다. 배에 ‘배서낭’을 모시고 ‘배고사’를 지내는 것은 위와 같은 환경 속에서 어민들이 자연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가운데 설정된 주술․종교적 장치들이다.
    예를 들어본다면, 어민들은 불시에 배의 안전과 인명을 헤치려하는 자연의 위협을 ‘배서낭이 우는 현상’이라고 인지하며, 이러한 경험을 하고 나면 조업을 중단하곤 한다. 또 문화적으로 비정상적이거나 부정하다고 규정된 범주에 속하는 사물들을 우연히 만나면 긴급히 회피함으로써 다가올 자연의 재해를 피하고자 한다. 풍어는 배서낭, 용왕과 같은 초자연적 존재를 신봉하고 그들을 위무함으로써 성취된다고 믿는다. 그리고 배고사를 지내는 시간을 밀물 때로 한정하는데, 여기에는 물이 밀려드는 현상처럼 복이 밀려들어 오라는 유감주술적인 의도가 작용하고 있다. 이와 같이 배서낭과 배고사는 바다 생활에 적응하면서 삶을 보다 풍요롭게 이끌어가고자 하는 노력 속에서 마련된 종교적 의례와 신앙이라고 하겠다.
    1) 배를 지켜주는 수호신, 배서낭

    배서낭은 배의 안전과 선원의 무사 그리고 만선의 풍어를 관장한다고 여겨지는 초자연적 존재다. 배서낭은 ‘배선왕(船王)’, ‘배성주(成主)’, ‘배선영(船靈)’ 등으로도 불린다. 배서낭은 배의 수호신이고 어로신이며 항해신이다. 어민들은 배서낭의 영험에 따라 풍어가 되고 흉어가 된다고 여긴다. 배서낭의 도움으로 태풍과 황파에도 안전 무사할 수 있으며, 서낭의 울음소리로 길흉의 전조를 알 수 있다고 여긴다.
    배서낭은 여러 종류가 있는데, 성별로 보아 여서낭과 남서낭으로 나눈다. 배에서 최초로 배서낭을 모실 때에 여신과 남신을 의식하지 않는 경우도 많으나, 성별을 결정하는 경우 그 예들을 보면, 배를 새로 지어서 배내리기를 할 때 대체로 조선소에서 가까운 당산에서 무당을 불러 굿을 하는데 그 당신(堂神)의 성에 따르는 경우가 많다. 이 외에 선주 또는 기관장이 꿈에 의해 계시를 받거나, 무당을 통한 신의(神意)에 따르는 경우 등이 있다. 꿈에 의한 계시는 백발의 노인이 선주나 기관장 등에게 나타나 배를 걱정해 주거나 고기잡이를 걱정해줄 때 배서낭을 남신으로 모시는 경우가 있고, 배내리기 전날 선주나 기관장이 여인을 품에 안거나 희롱하는 꿈을 꾸게 되면 여신으로 정한다. 특히 기관장이 선주의 부인을 품에 안는 꿈을 꾸었을 때는 배서낭을 여신으로 맞이하는 게 우선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 배서낭의 성별에는 큰 관심은 없으며 대체적으로 여신으로 상정하고 있고, 여신이나 남신이 특별히 강조되는 경우는 배를 새로 지었을 때 현몽이나 무당의 신의에 관심을 둘 때의 경우다. 그리고 어촌의 당신은 거의가 여신이어서 배서낭을 당신의 성별에 따르는 경우에도 자연적으로 여신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배서낭은 배의 안전 항해와 선원들의 무사, 풍어 등을 관장하는 존재라고 여겨진다. 민간신앙에서는 각 공간마다 일정한 신격이 자리하고 있으면서 그 공간과 구성원들을 수호해준다고 믿는다. 집에는 가택신이 있고, 마을에는 당산신이 있어 집안과 마을을 지켜준다고 믿는 것이 그것이다. 배서낭도 이러한 민간신앙적 신심과 통한다. 배서낭은 배와 운명을 같이 한다고 말할 정도로 그 관계가 긴밀하다. 흔히 ‘배가 침몰하기 전에 배서낭이 배에서 나간다.’고 말하는 것도 그 관계를 설명하는 말이다.
    배서낭은 때로 선원들에게 닥쳐올 위험을 미리 알려준다고도 한다. 어민들은 흔히 배서낭의 울음소리가 들리면 출항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배서낭이 배와 선원들의 안전을 수호해주는 존재이기 때문에 길흉의 전조를 미리 알리고 대처하도록 한다고 여긴다. 사고나 파선의 위험이 있을 때 배서낭은 반드시 운다고 한다. 또는 흉어나 만선의 조짐도 알리고 가정의 우환도 알려 준다고 한다.
    배서낭의 울음소리는 경험에 의해 판독되고 그 감각적 공감의 환각으로 인식을 한다. 배서낭의 울음소리는 아무나 듣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주로 선주, 선장, 화부 등이 배서낭의 소리를 들으며, 소리는 해상이나 선내에서만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거리에서나 집안 또는 잠결에서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어민들에 의하면, 쥐 울음소리는 배사고가 날 불길한 소리이고, 뱀 우는 소리는 배가 파손되고 고기를 못 잡을 징조이고, 새 우는 소리, 물 흐르는 소리, 바람소리는 일기가 불순하고 태풍이 불며 파도가 크게 일어날 소리라고 한다. 그리고 숨 넘어가는 소리, 무너지는 소리는 가정에 우환이 있는 불길한 소리라고 하며, 부드럽고 가락이 있는 옥 구르는 소리는 만선의 길보라고 여긴다. 이처럼 배서낭이 울어대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있어야 하며, 심하게 울면 소금이나 쌀을 뿌리기도 한다. 잠결에까지 쥐 울음소리가 들려오면 출어를 하지 않고 근신한다고 한다.
    신안지방에서 배서낭에 대한 인식과 신앙은 과거보다 약화되어 있으나, 어민들 사이에는 배서낭이란 존재가 무의식적인 지식과 믿음으로 남아 있다. 어선이 기계화되고 외래 종교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배서낭을 특별하게 여기는 의식이 차츰 옅어져 가고 있지만, 배서낭에 대한 전통적인 관념은 아직 남아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이 잔존문화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으므로 전승이 약해져 갈 것으로 짐작된다.

    2) 어로의 안전과 풍어를 비는 뱃고사

    배고사는 배서낭 또는 수신에게 배의 안전과 선원들의 무탈과 강녕을 빌고, 풍어가 들도록 축원하는 제의다. 또한 배의 액살을 물리치고 어장일이 잘 되기를 기원하며, 뱃길이 순조롭기를 비는 의례이다.
    뱃고사는 배를 진수하여 내릴 때 지내는 진수고사, 명절 때 지내는 명절고사, 출어하면서 지내는 출어고사가 있다. 이외 에도 배를 수리하고 어망을 구입했을 때도 뱃고사를 지내고, 고기가 잘 안 잡힐 때에도 뱃고사를 지낸다.
    뱃고사를 지내는 시간은 예외없이 들물 때나 만조 때에 지낸다. 뱃고사를 지내는 시간을 들물 때나 만조 때로 고정하여 지키는 것은, 물이 밀려드는 현상처럼 또는 물이 가득 들어찬 현상처럼 고기를 많이 잡게 해주고 복이 밀려들어오라는 유감주술적인 믿음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신안군 임자면 삼두리의 뱃고사를 들어보기로 한다. 이 마을에서 뱃고사는 정월 대보름, 추석 등의 명절과 첫 출어시 그리고 물때에 맞춰 지낸다. 이중 정월 보름에 지내는 고사가 가장 성대하다. 물때에 맞추어 지내는 고사는 서뭇날(음력으로 매월 12일, 27일)과 너뭇날(음력으로 매월 13일, 28일)이 일반적이다.
    뱃고사에서는 선주가 제주가 되고, 그는 부정을 막기 위해 몇 가지 금기를 지켜야만 된다. 즉, 제주의 가족원 중 임신, 출산한 사람이 있으면 제주는 집에 들어가지 말아야 되며, 개고기나 상한 음식은 절대 먹지 말아야 하며, 상가에 출입해서도 안 된다. 만약 이러한 금기를 어기면 부정을 타게 되어 상처투성이 고기만 잡히는 등 불길한 일이 연속되고 불운이 따른다고 한다.
    뱃고사를 위해 제주의 집에서 장만하는 제물을 보면, 메와 술이 준비되고 육류로 돼지머리나 닭이 준비된다. 다음 해물로는 북어, 민어 등이, 나물류로는 콩나물, 녹두나물, 도라지, 더덕, 고사리 등이 준비된다. 제물 중에서 바닷고기는 출어 후 처음 잡은 크고 좋은 것을 선택하여 배 안이나 집에서 말리거나 소금에 절였다가 사용한다. 한편 바닷고기 중에서 절대로 제물로 사용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있다. 장어나 갈치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 물고기들은 비늘이 없고 몸이 뱀처럼 생겨 여느 물고기에 비해 불길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제주는 제 전(前)에 몸을 깨끗이 하여 만반의 준비를 갖춘다. 큰 배일 경우 ‘화장’이 제상을 배 위의 서낭 앞, 기관실, 이물 순으로 세 군데에 차린다. 진설 후에 헌작, 재배하고, “서낭님 아무튼 우리 배 무사하게 해주시옵고 고기 많이 잡게 해주십시오.”라고 기원한다. 배서낭 앞에서 고사가 끝난 후 제주는 쌀을 바다에 뿌리면서 “용왕님 물 묻은 쪽박에 깨 들어붓듯이 고기 많이 들어오게 해주십시오.”라고 구축(口祝)하면서 용왕에게 기원한다. 그후 뱃고사에서 남은 제물은 ‘헌식’이라 하여 음식마다 약간씩 떼어 육지에 놔둔다. 주민들은 이 음식을 개나 돼지가 먹으면 바다 사정이 좋고 풍어가 든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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