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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마을 공동제의와 축제 신안문화원 2006/3/23 2213


    마을 공동제의와 축제

    마을 공동제의인 당제는 얼마 정도의 축제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제사가 엄숙하게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으나 제사 후에 뒤따르는 풍물과 놀이판, 잔치판 등으로 인해 당제가 이루어지는 기간은 곧, 축제 기간이 되곤 한다. 또한 제사 자체가 풍물패의 길놀이로부터 시작하여 시끌벅쩍한 무당굿을 동반하고, 남녀노소가 온갖 놀이를 보고 즐기는 내용으로 진행되는 경우라면 축제적 성격은 보다 부각된다. 신안에서 이루어지는 당제는 특히 이러한 축제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 여기서는 도초면 고란리의 당굿놀이인 죽마제와 흑산면 수리의 갯제를 보기로 한다.

    (1) 도초면 고란리 죽마제놀이

    고란리에서는 정월 보름에 당제를 모시는데, 먼저 상당제를 지내고 이어 하당제를 지낸다. 하당제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구경하는 가운데 죽마제(竹馬祭)놀이를 했다. 이 놀이는 대단히 흥겹고 구경거리가 많았기 때문에 도초면의 큰 굿이라고 할만큼 유명했다고 한다. 그래서 고란 사람들뿐만 아니라 인근의 여러 마을에서 이 굿을 보고자 몰려들었다고 한다.
    하당제가 끝나고 술과 음식을 음복한 후 오전 9시경 농악대가 당마당에 이르면 죽마제를 시작한다. 상당에서 모셨던 마신(馬神)의 신체인 죽마는, 머리는 짚으로 엮어 단단하게 뭉쳐 참종이를 씌우고 먹으로 눈과 코를 그렸으며, 나머지 부분은 대나무로 말 골격과 귀, 꼬리 등을 만들고, 골격부 잔등 부위에 짚을 깔아 사람이 탈 수 있게 하였다. 죽마제의 진행은 마장수(馬將帥), 마부 역할을 하는 사람들과 제주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주민들은 죽마를 매질하고 쫓는 역할을 한다.
    죽마제는 연극적 성격이 강한 굿놀이다. 우선 당제의 제주가 죽마를 탄 마장수에게 제물을 대접하는 내용의 대사를 주고 받는다. 한 부분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마장수 : 여봐라 너의 집 주인 있느냐?
    제주 : 예! 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마장수 : 여러 곳을 시찰해오다 여기에 와보니 아주 인심이 좋구나. 고기나 떡을 먹고 가면 어떻겠 느냐?
    제주 :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잘 대접하겠습니다.
    마장수 : 그럼 잘 먹고 가겠다. (상 받고 제물을 먹는다.) 잘 대접받았구나. 내가 병고도 없애고 뱃 길도 도와주고 잡귀도 물리치고 풍년도 들게 하고 하는 일마다 소원성취하도록 하고 가겠 다.
    제주 :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대접해 모시겠으니 또 들러 주시고 늘 도와 주십시오.
    마장수 : 오냐 알았다. 여봐라 마부야 다른 곳으로 가자.
    마부 : 예! 어서 가십시다.

    이런 대화를 주고 받고 다니다가 마장수가 죽마를 타고 달리면 농악대가 뒤따르고 동네 사람들은 죽마의 말머리와 입부분을 힘차게 때린다. 이렇게 매질을 하는 것은, 동네 사람들의 매를 맞아 죽마의 말주둥이가 터지면 농사가 잘 된다는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마장수는 동네 사람들에게 쫓겨다니다가 2km 떨어진 ‘엄감포’ 포구에 이르게 되고 여기서 마신에게 제물을 차리고 모든 액을 갖고 나가도록 기원한 후 바다에 죽마를 버린다. 죽마제가 끝나면 이어 당마당에서 씨름판과 줄다리기, 강강술재, 마당밟이 등의 여러 놀이가 펼쳐진다.
    고란리의 죽마제는 공동제의가 축제로 운용되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죽마제는 당제의 퇴송굿놀이로서 액을 물리치고 복을 불러온다는 종교적 기대를 갖고 이루어지지만, 그것의 수행 방식이 주민들이 주체로 참여하는 연극과 춤, 음악을 동반하기 때문에 보다 활기를 띠게 된다. 마을민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종교적 염원이 세속적 놀이와 결합하여 연행됨으로써 전체적으로 축제의 신명이 넘치는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볼 수 있는 것이다.

    (2) 흑산면 수리의 갯제

    수리 마을에서는 음력 정월 3일에 상당제를 지내고 4일날 갯제를 지낸다. 갯제는 상당제와 달리 주민들이 모두 참가하는 제의다. 상당제가 제관 중심의 제한적인 의례라면 갯제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주민들이 모두 참여하고 즐기는 축제적인 행사다.
    갯제는 용왕에게 풍어를 빌고 축원을 드리는 의례다. 집집마다 부녀자들이 제상을 이고 나와 해변에 내 놓으면, 용왕의 신체로 허수아비를 만들어 제단 앞에 모셔 놓고 제주가 익살을 부리며 축원을 한다. 허수아비는 짚으로 만들며, 크기는 1m, 가슴 둘레는 0.5m 정도로 한다. 그리고 음식을 담을 수 있도록 입을 만들며 남근이 노출되도록 만든다. 또한 허수아비를 먼 바다로 띄워 보낼 수 있는 작은 배를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허수아비는 용왕신의 신체를 의미하며, 마을의 모든 액을 가지고 바다 멀리 떠나고 더불어 마을 사람들에게 건강과 풍요를 가져다 주는 존재로 여겨진다.
    갯제를 진행하는 제주는 입담 좋은 사람이 맡는다. 제주는 허수아비와 자문 자답하는 형식으로 덕담을 하며 풍어와 복을 비는데, 그 문답의 사설이 익살스럽고 풍자적이어서 놀이판의 흥을 고조시킨다. 제주는 이 날만큼은 용왕님의 위력에 의탁하여 선주나 유지를 마음대로 부리고 골려주며, 용왕 앞에 나와 인사를 하게 하고 노자돈을 내게 한 뒤, 흑산 일대의 도장원이 되게 해달라고 빌어준다. 이처럼 허수아비를 상대로 술을 권하고 음식을 주면서 대화를 하는 형식은 일종의 연극이기도 한데, 그것이 마을 사람들의 기대와 염원을 담아서 이루어지는 만큼 흥겨운 굿놀이로서 펼쳐지게 된다.
    허수아비를 상대로 한 놀이가 끝난 뒤에는 배에 허수아비를 띄워 보내기 위해 허수아비를 등에 메고 뱃머리로 나간다. 이때 흥겨운 농악을 울리면서 술베소리를 부른다. 마을 사람들은 이 술베소리를 다같이 부르면서 흥겹게 춤을 추며 이동한다. 이 때 부르는 술베소리 사설을 보면 아무개 선주가 고기를 많이 잡아 도장원했다는 내용이다.
    허수아비를 메고 길거리와 동네를 돌다가 뱃머리에 도착하면 작은 배를 바다에 띄우고 허수아비를 싣는다. 그리고 액을 담아 먼 바다로 나아가도록 방주에다 술과 음식을 채우고 농악을 치며 수살막이 노래를 부른다. 이 때 제주는 “할아버지 이제 떠나셔야 하겠습니다. 모든 부정한 것, 액과 화를 가지고 멀리 가십시오. 그리고 많은 복과 고기떼를 몰고 오십시오.”라고 구축을 한다. 그리고 바다 멀리 허수아비를 띄워 보낸다.
    이처럼 수리의 갯제는 개방적인 제의이자, 익살스러운 대화와 사설, 흥겨운 농악과 춤, 노래가 있는 축제이다. 여기서는 마을 사람들이 모두 어울려서 액운을 내쫓고 마을의 안녕을 빌고 풍어를 축원한다. 이러한 갯제는 마을 사람들의 공동체의식을 다지고 또 흥과 신명을 발산하는 대동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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