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시대부터 이어져 오던 전통 어법인 돌그물(돌살 또는 독살)이 거의 원형에 가깝게 보존된 채 신안군 자은도(慈恩島)에서 발견됐다.
지난 19일 낮 12시 신안군 자은면 한운리 바닷가. 썰물이 진행되면서 사람 머리 두 배 정도 크기인 돌들의 행렬이 10m 정도 이어진다. 사람 무릎 높이로 겹겹이 쌓여 브이(V)자 형태로 줄지어 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돌살’이다. 한 가운데 돌의 행렬이 끊긴 50㎝ 정도의 틈새로 미처 빠져 나가지 못한 바닷물이 완만하게 고개를 넘어 나간다.
반대편에도 돌살의 흔적이 50m 길이로 이어지고 있다. 처음 드러났던 돌살보다 뚜렷하진 않았지만 돌의 위치와 크기 등을 고려했을 때 돌살의 흔적이 분명했다.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발목 높이로 낮아진 것이 안타깝다.
자은도에는 이 곳 외에도 둔장리 할미도 인근 등 6∼7개의 돌살 원형이 보존돼 있다. 돌살은 단순하게 돌을 쌓아두고 썰물 때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물고기를 건져 올리는 원시어법의 전형이다. 20년 전까지 한운리 돌살에서 물고기를 잡아 올렸다는 최성길(66)씨는 “아버지가 50년 전에 이 돌살을 이웃 사람에게서 사들여 30년 정도 고기를 잡았다”며 “생선이 귀해 ‘몬치(숭어 새끼) 한 그릇이면 하루 일과 바꾼다’고 하던 시절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돌살은) 논 한 마지기하고도 안 바꾼다’는 말이 있었던 것으로 미뤄 볼 때 논 한 마지기 보다는 비싼 가격에 거래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돌살로 잡아들였던 생선은 몬치, 새우, 껄떠구(농어 새끼) 등 다양하다. 하루 두 차례 물때에 맞춰 돌살에 나가 생선을 걷어올렸고 틈틈이 썰물에 무너진 곳을 보수하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자은도 사람들에게 돌살은 배나 그물, 작살 등 문명의 이기 없이도 고기를 잡을 수 있는 ‘신의 선물’이었다.
하지만 고기잡는 법이 발달하고, 냉장기술은 물론 교통까지 좋아지면서 돌살은 잊혀져갔다.
최근 ‘돌살 - 신이 내린 황금그물’(들녘 펴냄)을 써 국내외 돌살을 집대성한 민속학자 주강현 박사는 “자은도의 돌살은 ‘살아있는 화석’이자 신화시대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황금그물’”이라고 말했다.
6.21 광주일보/정상필기자 camus@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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