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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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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
지역전통을 전승하는 흥겨운 실버,<섬드리 민요 합창단> |
관리자 |
2006/10/30 |
268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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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전통을 전승하는 흥겨운 실버 <섬드리민요합창단> - 신안문화원
서울에서 ktx를 타고 3시간반쯤 걸려 목포에 도착했다. 신안문화원은 지역 특성상 목포시의 여객항 근처에 있었다. 섬으로 이루어져 우리나라 최서남단에 위치한 신안군은 뱃길이 자주 없는 탓에 섬 간의 교류가 드물어 각 섬 별로 독특한 문화색깔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 신안문화원의 <섬드리민요합창단>은 지역적으로 떨어진 섬들 간에 민요로 하나가 되자는 염원을 담고 있었다. 하의도, 비금도, 가거도, 장산도 4개 섬에서 땡땡땡! 실버문화학교를 진행 중이었고, 네 개의 섬 중 저녁강의가 있는 하의도행 배를 탔다. 하의도까지 3시간 걸렸다.
하의도에 도착하자 서울에서 여기까지 오느라 얼마나 고생 많았냐며 강사 어르신을 비롯하여 민요합창단 수강생 할머니, 할아버지 어르신이 따뜻하게 맞아주셨다. 6시간 걸린 피로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 동안 농번기라 자주 모이지 못했지만 요즘엔 일주일에 한 번씩 모인다며 한창 연습 중인 민요가락을 들려주셨다.
지역마다 특색이 다르지만 도리깨 치는 소리는 하의도만의 소리라며 자부심이 대단하셨다. 특히 다른 지역의 모내기 소리와 달리 하의도는 모 뽑는 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고수의 소리 선창에 후창으로 답하는 민요반 어르신들. 하의도 민요는 주고받는 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하의도에 계신 강사님은 숨어 있는 실버스타였다.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소리로 대통령표창을 받은 국보급 명창이란 이야기를 듣고 보물찾기에서 보물쪽지를 찾은 아이처럼 반가웠다. 강사님은 “땡땡땡! 실버문화학교 덕에 하의도의 전래 민요를 찾아 전승․보존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며 “전통을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한데 요즘엔 소리 전승받을 사람이 없어 걱정이다”라며 안타까워하셨다.
서울에서 손님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농사일을 끝낸 땡땡땡! 실버문화학교 수강생 어르신들이 찾아오셨다. 너무 반갑게 맞아 주셔서 무안할 정도였다. 하의도 어르신들은 서울손님 대접해야된다며 한두푼 모아 저녁에 삼겹살 구워먹자며 준비하셨다.
별빛 쏟아지는 저녁 8시, 마을 농민회관으로 하나둘씩 민요합창단 어르신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주변에 사는 동네사람들로 서로가 서로를 잘 알고 있는 듯 보였다. 농민회관에 모인 20여명의 어르신들은 서울에서 온 우리 실무진을 호기심 반 설레임 반 눈빛으로 쳐다보시며 너무 반가워 하셨다. 도리께 소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강의가 시작됐다. 강의라기보다는 생활처럼 자연스러웠다. 쌀쌀한 저녁 뻘뻘 땀을 흘리시면 열심히 연습하시는 어르신들이 멋져보였다. ‘연습했다’보다 ‘한판 즐겁게 놀았다’가 맞나 싶다.
하의도 어르신들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의도 어르신들은 분명히 주체적인 컨설팅 마인드가 있었고 적극적이고 즐겁게 강의에 참여하셨다. 쉬는 시간에 농담삼아 이야기 나누지만 그 말 속에 반성이 숨어있고 누가 지도하지 않아도 스스로 고쳐가며 열심히 하셨다. 강의가 끝났음에도 늦게까지 흥겨운 가락은 지속되었다. 늦은 저녁으로 몇 분은 준비한 삼겹살 구울 준비를 하시고 몇 분은 밭에 나가 배추 서너 포기 뽑아와 다듬으셨다. 정말 짧은 시간에 20인분의 상차림이 차려졌다. 배추쌈에 삼겹살까지 어르신들은 하루 농사일로 피곤해하셨지만 서울손님들은 어떻겠냐며 밝게 웃으셨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배어있는 어르신들의 배려와 정성에 또 한번 감동했다.
강의를 마치고 돌아가는 어르신들은 실무진들의 두 손을 잡으며 조심히 올라가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고 또 오라며 눈물을 흘리는 어르신도 계셨다. 한 어르신은 “한달 후 행사 때 또 보자. 그때까지 열심히 연습 할 테니 멋진 모습 기대하라”며 민요포즈를 취해 웃음바다를 만들었다. 하의도 어르신들과 하루동안 부대끼며 넉넉한 마음과 따듯한 배려에 많은 감동을 받았고 현장과의 피드백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새삼 느꼈다. 다음날 목포행 배를 타고 멀어지는 하의도를 보며 넘쳐나는 정에 행복한 미소가 지어졌다.
* 출처 2006 땡땡땡!실버문화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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