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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신의면 굴암리 굴암마을 배서낭·뱃고사·선기·기타 신안문화원 2006/3/23 3658


    신의면 굴암리 굴암마을 배서낭·뱃고사·선기·기타

    이 마을은 어업에 대한 생계의존도가 높다. 전체 21호 중 8호가 꽃게잡이 배를 소유하고 있고 나머지 가구들도 배를 갖고 있지는 않으나 남의 배에서 조업을 한다. 이곳의 주요 소득원인 수산물에는 어장에 나가 잡는 어류로 꽃게·운저리·홍어·껄데기(농어의 치어)가 있고 양식장에서 채취하는 김과 톳이 있다. 어류 중에서 꽃게는 8·9월에 성어를 잡는데 이곳의 꽃게는 크리스마스 절에 맞춰 거의 전량이 외국에 수출된다. 또한 마을에는 주민들이 관할하는 공동해역이 있어 마을민 공동으로 미역이나 듬북 등을 채취하여 소득을 올리고 있다.
    이렇듯 이곳 사람들의 생활은 바다에 크게 의존해 있기 때문에, 수산의례·금기, 나아가 주민들이 꾸는 꿈에 이르기까지 바다 및 어업에 관계된 전승이 민간신앙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1) 뱃서낭

    이곳의 뱃서낭도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꿈 속에 나타난 신격의 성에 따른다. 배를 건조하거나 새로 구입할 때, 흔히 선주의 꿈에 장차 배서낭이 될 신격이 여자 혹은 남자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제보자는 이 마을의 경우 모든 배서낭이 여신이며 아마 남신을 모시는 배는 없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여성이 배서낭을 모실 경우 삼색 혹은 오색의 옷감과, 같은 색상의 실·바늘·화장품 따위의 여성용품을 상자에 넣어 선장실 벽에 걸어 놓는다. 제보자는 뱃서낭의 신체가 이러한 물품들이라고 설명하기도 하고, 때로는 이 물품들은 단지 배서낭이 사용하는 물품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옷감, 실 등이 들은 상자를 ‘당’․‘당거리’라 한다. 전용 경위는 확실치 않지만 이 상자가 마을 당제의 당과 같은 기능을 한다고 믿는데서 ‘당’․‘당거리’라는 용어가 생겼다고 추정된다.
    선원들은 뱃서낭을 모시고 난 뒤부터 온갖 정성을 다해야 한다. 예를 들면 조업 중의 조식과 석식에서는 음식을 당거리 앞에 진설하여 뱃서낭에게 먼저 바치고 그 음식을 선주나 선장이 다시 물려와야 식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지금은 사라져 버렸지만 배에 여자를 승선시키지 않던 관습도 뱃서낭과 관련된다. 여자가 승선하면 같은 성인 배서낭이 질투를 하여, 배에 고장을 일으키거나, 조업을 망치고 혹은 인명의 사고까지 일으킨다는 것이다.

    (2) 뱃고사

    제보자 한씨는 구정·추석의 세시명절과 매달 서무샛날(음력 12일·27일)에 배 위에서 고사를 지낸다. 제관은 선주가 된다. 마치 당제의 제관들처럼 한씨도 고사 때가 다가오면 개고기 따위의, 추하다고 여겨지는 육류를 먹지 않으며, 출산·상이 있는 집에 출입을 않아 자신이 부정타지 않도록 주의한다. 고사 전날에는 목욕제계하여 몸과 마음을 정화한다. 한씨는, 만일 이러한 일들에 소홀하면 고사의 제신인 뱃서낭과 바다의 용왕이 노하여 고기가 잘 잡히지 않게 심술을 부리고 심지어는 사고까지 일으킨다고 믿고 있다.
    고사상에는 상선일 경우 메·떡·주·국·나물류·돼지머리·민어·조기·서대·도미·꽃게 등이 오른다. 이러한 제물들은 메·국·나물류 등 일반적으로 제상에 놓이는 것과, 제보자 한씨가 귀한 음식이라고 여겨 선택한 어물들과 그리고 뱃서낭이 가장 좋아한다고 믿는 돼지고기로 그 부류를 나눌 수 있다. 어물은 바로 전 고사 이 후 첫 어획에서 잡은 크고 실한 것을 말리거나 소금에 절여 두었다가 쓴다. 한씨는 민어를 귀한 고급 어물로 생각하고 고사 때마다 민어를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반면 절대로 진설해서 안 되는 음식도 있다. 이러한 음식들은 여러 가지 이유에 의해 기피된다. 육류에서는 개고기가 가장 ‘추하다’하여 기피된다. 어물에서는 장어가 비늘이 없고 몸체가 길어 마치 뱀과 같다하여 진설되지 않는다. 한편 숭어는 어물 중에도 지고의 위치를 차지하는 ‘수어’라는 이유 때문에 누구나 제상에 올리려할 것 같지만 오히려 기피된다. 숭어는 제상에 올리지 않을 뿐 아니라, 조업 중에 몇 마리 잡힐 때에도 함부로 죽이지 않고 살려 보낸다 한다.
    제물은 이물, 선장실의 배서낭 앞, 기관실, 그물 보관하는 곳 등에 진설된다. 혹 선착장의 배를 매어 두는 곳에 진설되기도 한다. 큰 배의 경우에는 다섯 군데에 작은 배는 세 군데 진설되는 것이 일반적이라 한다. 각 장소에 놓이는 제물은 유사하나 돼지머리만큼은 반드시 선장실 뱃서낭 앞에 놓는다. 제관인 선주는 우선 뱃서낭 앞에 가서 술을 단작하고 절을 하면서 “고기 잘 잡히게 해주십시오”라고 고하고 다시 절을 한다. 다른 장소의 제상 앞에서는 헌작만하고 배 주위를 돌며 골고루 뿌린다. 바다 용왕에게 헌식을 하는 절차이다. 이 마을에선 이 헌식이 ‘신불’이라 불리운다. ‘산물’을 할 때 제관인 선주는 “자 이번에는 배가 사고없이 고기를 많이 잡게 해주십시오”라고 기원한다.
    뱃고사의 제신은 이상과 같이 배서낭과 용왕이다. 그런데 제보자 한씨는 뱃고사를 지낼 때 지신도 포함되어 세 신격이 위안을 받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씨는 세 신격이 위안을 받는다고 말할 뿐 구체적으로 뱃고사에서 지신은 어떻게 취급되고 있는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뱃고사가 제보자 한씨에게 주는 심리적 안도감은 상당히 큰 것 같다. 그는 뱃고사를 지내고 나야 자신과 가족원들의 마음이 편하고 평화로워진다고 진술하고 있다.
    제보자에 따르면, 현재 굴암마을 주민 중 기독교인들이 뱃고사를 미신으로 취급하고 있으나 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아직 대부분은 뱃고사를 당연시하고 있다 한다.
    가까운 친지간에 기를 증여하고, 그 기를 세우는 관습도 수산의례적 성격을 띤 민속이다. 배를 새로 만들었을 때, 새로 샀을 때, 선주의 친족원이나 친구 이웃들이 기를 증여함으로써 그 배의 안전과 앞으로의 풍어를 기원해 준다. 기는 삼색 혹은 오색 등 홀수의 색에, 세자(척) 세치(촌), 다섯자 다섯치, 일곱자 일곱치 등 홀수의 칫수로 된 크기이어야 한다. 보통 ‘풍어’, ‘대어’라는 글귀가 씌어 있으며, 처음 건조된 배에 증여하는 기에는 ‘진수’라는 글자도 씌어 있다. 기를 받은 선주는 답례로 술을 내고 수건을 선물한다. 제보자 한씨는 기를 선물한 친족원, 친구, 이웃들에게 100장이 넘는 수건을 선물했다 한다. 이 기들은 뱃고사가 거행될 때, 이물에서 시작해서 고물 쪽으로 달아 나간다.

    (3) 기타 -꿈과 해상금기-

    이곳에서는 출어를 앞두고 선주나 선원들의 꿈으로 조업 성과를 예측하는 경우가 많다. 우선 시신이 배에 올라오는 꿈, 배에 물이 가득차거나 나무가 가득차 가라앉는 꿈은 길몽이다. 또 타인이 자신을 죽이거나 죽이지는 않더라도 피를 보게 되는 꿈도 역시 길몽이다. 주민들은 이와 같은 꿈을 꾸면 풍어가 되리라고 믿는다. 한편 배에서 여자가 보따리를 싸서 나가는 꿈은 가장 나쁜 흉몽이다. 이 꿈을 꾸고 난 뒤에는 인명이 피해가 나거나 그물이 끊기는 등의 사고가 따른다 한다. 그 밖에 한 주민이 경험한 특수한 꿈도 있다.
    작고한 이 마을 주민 한은준씨가 약 9년 전 어느 출어 전날 참새들이 머리 위를 배회하는 꿈을 꾼 적이 있었다. 아침에 자신의 배 ‘성길호’를 타고 조업을 하러 나가 인근 외병도 북쪽 25km 지점에 다섯머리(35발)의 그물을 쳤더니 꽃게가 암놈으로 한 마리당 150여 마리씩 잡히는 큰 어획을 하였다. 한은준씨는 전날밤 꾼 꿈 덕분으로 생각하고, 이튿날도 전에 꾼 꿈의 덕을 볼 수 있을까 기대하며 같은 장소에 그물을 쳤다. 그러나 이번에는 꽃게 대신에 어민들이 가장 싫어하는 어적인 불가사리가 가득 잡혔다. 한 번 꾼 길몽을 갖고 지나친 욕심을 부리다가 낭패를 본 경우이다.
    과거에는 조업을 할 배에서 지켜야 할 금기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금기는 여자를 승선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뱃서낭이 여자이기 때문에 다른 여자가 타면 질투를 한다는 이유로 이 금기가 타장화되곤 했다. 앞서 뱃서낭의 서술에서 말한 바와 같이 뱃서낭이 질투하면 배와 인명의 안전을 해치고 고기가 잡히지 않게 한다는 것이다.
    과거에 어민들은 여자가 배에 승선하지 않아야 한다고 믿는 외에도 어업에 있어서 여성은 항시 위험하고 불길한 존재로 인식하였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제보자들에 따르면, 그의 한 세대 위 연장자들이 조업할 때만해도 출어를 위해 아침에 길을 가다가 여자와 마주치면 그 날 출어를 중단해야만 했다 한다. 이 어른들은 만일 그 날 그대로 바다에 나가면 고기가 잡히지 않고 사고가 난다고 믿고 있었던 것이다. 또, 길에서 여자를 마주치게 되면 그 여자는 ‘바다에 나가는 사람을 보고도 다른 쪽으로 몸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맞닥뜨렸다’는 이유로 몰상식하고 기분 나쁜 여자로 취급되었다 한다.
    과거에 그리도 강한 속신으로 존재해오던 이상의 여성 금기는 현재 거의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도시로의 이주에 따른 어민의 감소로 부녀자들이 함께 조업해야만 생계가 가능해졌고 이처럼 여성의 조업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여성이 마을생활에서 참여하는 영역이 넓어졌으며, 따라서 주민들의 여성에 대한 관념 역시 변화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보다 깊고 구체적인 조사연구가 따른다면, 과거에 어민들이 상징적으로 연결시켰던 여성에 대한 부정·위험·뱃서낭의 질투→불운의 관념과, 현재 사회경제적으로 변화된 어촌사회에서의 여성에 대한 관념 사이의 변화과정의 탐구 및 비교 분석이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여성과 관련된 조업상의 속신은 거의 사라진데 비해, 조업 중에 잡히는 어류 중의 어떤 것을 살려 보내야 풍어와 안전이 이루어진다는 속신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우선, 앞서 뱃고사의 서술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이 마을 어민들은 숭어를 지고한 ‘수어’라 하여 살려 보낸다. 포유동물인 고래는 비늘이 없기 때문에 영험한 것으로 취급되어 먹을 것을 먹여 보낸다. 만약에 고래나 거북이를 죽이면 이들이 해꼬지를 하며 그물을 잃거나 파손당하는 등의 사고를 겪는다고 믿고 있다.
    한편, 바다에서 우연히 봉착하는 사건에도 조업 상의 속신과 관련된 것이 있다. 배를 몰고 가다가 시신을 발견하면 정성스럽게 거두어 육지에 묻어 주어야 한다. 그 영혼이 나중에 은혜를 갚아 풍어를 가져다 준다는 것이다.
    어민들 사이에는 10여년 전, 같은 마을에 사는 한 선주의 배가 우연히 만난 시신을 무시하고 지나쳤다가 그물을 상실하고 폐업한 사례, 역으로 진도군 조도면에서 이곳에 조업하러 온 배가 시신을 정히 매장해 준 후 계속 풍어를 맞게된 사례 등이 구전되고 있어 시신과 관련된 풍흉의 속신을 강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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