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좌면 박지리 박지마을 당지(당제)
박지도는 읍동에서 약 0.7km 떨어진 거리에 있는 섬으로 소곡리 두리 선착장에서 서편으로 5분 가량이 소요된다. 총 39호(농가 36호, 비농가 3호)에 157명(남 85, 여 82)이 해태양식을 주업으로 하는 배산임해의 마을이다. 한글학회의 「한국지명총람」에 기록된 ‘당사-너메’, ‘당-새앰’, ‘당-앞’의 지명에 나타나듯 당을 중심으로 한 공간의식이 강함을 알 수 있다.
매년 음력 정월보름에 거행하는 당제의 방언은 ‘당지’이다. 제장은 박지마을 뒷산 봉우리에 위치한 3~400년생 팽나무 고목과 토석제단이다. 팽나무가 당신의 신체며 당신은 ‘당할매’, ‘할머니신’으로 불리운다. 100여평이 되는 제장 주위에는 나무들이 심겨져 울타리 역할을 한다.
제관은 제일 10일 전에 생기복덕이 맞고 상․출산․부정이 없는 30세 이상의 남자 중에서 4명이 선정된다. 4명에게는 각기의 역할에 따라 원당주, 부당주, 칼재 혹은 산재비, 헌관이라는 직책이 주어진다. 원당주는 제물을 차리고 제를 주관하며, 부당주는 일반적인 보좌역을, 칼재는 송아지를 잡는 역할을, 헌관은 제의 과정을 보좌하고 소지를 태운다. 이들 모두가 음력 정월 열하루부터 보름까지 5일간 당샘에서 목욕재계하는 등 온갖 정성을 다해야 한다. 제일 전에 이들은 당샘을 깨끗이 청소하고 왼새끼의 금줄을 치고 황토를 뿌려 잡인의 출입을 막는다.
제물은 메․주․과․시루떡과 소머리로 이를 마련할 때는 항시 당샘물을 사용한다. 제물․제주는 제일 하루 전에 마련한다. 박지마을 주민들은 당제를 지낼 때 평시에는 소 한 마리를 잡으며, 흉년에는 송아지를 잡기도 하고 장에서 머리만 사오기도 한다. 박지마을 당제에서 소를 잡는 관습은 인근에 널리 알려져 있다. ‘제물로 쓰일 소를 구입할 때 만약 상인이 소를 팔지 않으면 당할매가 화가 나서 소를 말려 죽인다’는 말이 이 일대에 구전되고 있다.
당제는 정월 보름 새벽 2시부터 시작된다. <진설→헌작→재배→소지→음복>의 순서로 진행된다. 소지 때는 이장․원당주․부당주․헌관․칼재의 소지가 먼저 오르고 다음 39호의 전 가구의 호별 소지가 오른다.
제가 끝나면 원당주 집에서 마을주민들이 제물을 음복한다. 단 음복 시에도 부정한 사람은 접근할 수 없다. 주민들이 부정한 사람이 제물을 먹으면 당할매의 노여움을 받아 본인은 물론 마을 전체에 화가 미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음복 후에는 나룻배 운영비, 농로 보수, 이장 선출에 관한 건 등 마을의 제반사를 협의하는 마을회의가 이어지고 그 뒤로 걸궁(농악)이 행해진다. 박지마을에는 아직도 걸궁에 다양한 잡색이 남아 있다. 꽹과리, 징, 장고, 소고, 북을 든 앞치배 뒤에 포수, 창부, 탈을 쓴 비비각시 등의 잡색이 따르는 것이다. 걸궁패는 원당주의 집에서부터 시작하여 각 가정을 방문하면서 <대문→마당→부엌→우물→마래→뒤꼍> 등지에서 한 해의 행운과 평안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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