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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신의면 하태서리 굴암마을 당제, 거릿제 신안문화원 2006/3/23 3539


    신의면 하태서리 굴암마을 당제, 거릿제

    굴암마을은 면소재지에서 서남쪽으로 약 5km떨어진 곳에 있다. 이 마을은 행정구역상 하태서리에 속하며 하태서리에는 굴암 외에도 신촌과 황성마을이 있다. 신의면 본도에 위치하기는 하나 워낙 벽지로서 하루에 한 번 들르는 새마을 연락선이 이곳 주민들의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그렇지 않으면 소형 버스를 타고 원목리 포구에서 내려 도보로 가거나 김채취선을 이용하여 약 45분 가량 뱃길을 가야 한다. 이 마을은 뒤로 굴바우산을 등지고, 앞으로는 깊숙히 패인 만의 한쪽을 안고 있다. 굴암이라는 마을 이름은 마을과 앞 바다에 산재한 바위에 많은 동굴이 있다 해서 붙여진 것으로 순우리말로는 ‘굴바우’라 한다. 총 22호에 인구 127명(남 62, 여 65)이 사는 이곳에는 주민들이 크고 작은 배 10여척을 소유하고 있다. 이 마을의 농업은 미미한 편이어서 그리 넓지 않은 밭에서 참깨, 콩, 고구마, 무, 배추 등을 재배하여 가급자족하는 정도다. 농업이 미미한 반면에 김, 톳의 양식업과 꽃게잡이 등의 어업이 주민들의 주요 생계원이다. 한편 마을 주민들은 미역 등을 양식, 채취하는 공동 해역을 경영하고 있기도 하다.
    마을에서는 정월 초사흘날 밤 자정부터 나흗날 오전 11시경까지 상당제, 하당제, 거리제(‘풍어제’라고도 부름. 이하 거리제로 표기) 순으로 동제를 거행한다. 산당제에서는 ‘스님’, 하당제에서는 ‘산신님’, 거리제에서는 ‘당신님’이라 불리우는 신격들이 각각 제신으로 신봉된다. 상당제의 제장은 마을 뒷산의 정상부에 있는 소나무 숲의 자연 암석이고 하당제의 제장은 산 중턱의 돌담이 둘러처진 자연석 제단이며, 거리제의 제장은 마을앞 바닷가 모래사장이다. 마을 뒷산 약 500m지점 잡목 숲 속에 제의 전에 제관이 기거하는 집이 한채 있다. ‘당집’이라 불리우는 이 집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맞배 슬레트 지붕으로 되어 있고 내부에는 방, 부엌, 마래(그릇 등의 용품이나 음식물을 넣어두는 마루방)가 있다. 마래에는 시루, 밥그릇, 절구통, 절구대 등 제의에 필요한 도구들이 보관되어 있다. 한편 하당 아래쪽에는 음식을 조리할 때 사용하는 당샘이 있다.
    근래에 굴암마을의 당제는 제관의 선정 방식을 둘러싸고 상당한 변화양상을 보여왔다. 우선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속되는 제관의 자격 조건, 지켜야 할 금기와 근신의 내용들을 서술하고, 근래의 제관 선정 방식의 변화에 관해 서술한다.
    상당제, 하당제의 제관은 남자 2명으로 구성되는데, 그 중 한사람은 제를 주관하고 다른 한사람은 보좌역할을 한다. 2명 모두 생기복덕이 맞고, 제관 선정 무렵에 개고기 등 부정한 음식을 먹지 않았어야 하며, 가정에 출산과 상, 가족원 중에 월경하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 한편, 거리제의 제관은 위의 사람들 외에 다른 주민이 선정되는데, 생기복덕까지 맞을 필요가 없다는 점이 상당․하당제의 제관들과 다르다. 상당․하당제의 제관으로 선정된 사람들은 그날부터 부정하지 않기 위해 온갖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예를 들어 대변 후에는 엄동설한이라도 냉수로 목욕하고 새 옷으로 갈아 입어야 하며, 소변 후에도 세수를 해야 한다. 또한 술과 담배를 삼가하여 몸가짐을 다듬는 자세를 보여야 하고, 상, 출산이 있는 집 출입을 삼가야 하며, 구정에도 가세문안을 다녀 잡인으로부터 부정이 오염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만약 당제를 지낸 후 1년 사이에 마을에 변고가 생기면 주민들이 그 원인을 제관의 부정에 돌리곤 하기 때문에, 제관들은 자신의 행동에 상당한 신경을 쓴다.
    이렇듯 제관이 어렵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어야 한다는 점은 몇 년 전부터 주민들에게 부쩍 부담을 주는 것으로 되어 버렸다. 누구도 선뜻 제관의 역할을 맡는 것을 꺼려하더니 마침내 2~3년 전에도 당제를 폐지하자는 의견까지 대두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주로 마을 노인들이 이 의견에 반대하여 주민들은 당제는 계속하되 제관의 선정 방식을 바꾸는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하였다. 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제관 선정에 있어서 전에는 마을 전체에서 제관을 선정하던 것을, 마을을 몇 구역으로 나누어 구역별로 돌아가면서 제관을 선정하도록 하였다. 마을을 총 22호가 5개의 통으로 나뉘고 각 통에 4~5가구가 포함되었다. 해마다 1개통씩 번갈아 당제를 맡고, 그 통에서 생기복덕과 부정 여부를 보아 2명의 제관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또한 전에는 2명의 제관 중 1명은 마을의 연장자였고 1명은 비교적 젊은 층이었는데 불과 4~5가구로 구성되는 한 통 내에서 연배가 맞고 제관의 자격에 부합되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워지자 연배 상의 구분이 없이 성인 남자 중에서 제관을 선정하게 되었다. 자격 조건 중에서 생기복덕 부분이 크게 약화되는 현상도 발견된다. 제보자들은 각 통의 주민들이 실제로는 성실하고 부정이 없어 보이는 사람이면 생기복덕을 크게 고려 않고 제관으로 선정하고서, 다른 통 주민들에게는 생기복덕이 맞는다고 말하곤 한다고 진술하고 있다.
    그 해에 차례가 된 통에서 제관들이 선정되면 마을 전체 회의에서 이들을 최종적으로 심사하여 통과 여부를 가린다. 만약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거나, 부정을 탄 일이 발견됐다거나 하면 그 해 당제는 다른 통에서 맡게 한다. 이렇듯 마을을 몇 개의 통으로 나누고 각통에 제관선정의 의무를 부과할 수 있게 된 것은 마을 공동체가 제관에게 경제적 혜택을 줄 수 있고 그들을 선정하는 각 통에 대하여 경제적인 제재력을 가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당제 후에 제관에게는 마을 공동자금으로 10만원을 지급해 주고 마을 공동해역 중 1개 구간을 떼어서 1년 간 미역․듬북 등의 해초 채취권을 준다. 한편, 당제를 맡을 차례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제관을 선정하는 것을 꺼리는 통에 대해서는 3년 동안 마을 공동해역에서 해산물 채취를 할 권리를 박탈해 버리기로 했다. 또한 마을의 회의나 기타의 행사들이 있을 때 이 통의 주민들은 참석할 수 없게 하였다. 다만, 그러한 통에 살고 있는 주민이라도 부양자가 없는 과부는 이상의 벌칙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렇듯 마을의 자치적 규율이 엄중하기 때문에, 그리고 당제를 거부함으로써 주어지는 심리적 압박감과 사회적 압력․소외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당제가 원만히 수행되기에 이르렀다.
    제일 4일 전에 제관 중 1명이 목포에 가서 제물로 쓰일 쌀과, 소지 종이 등을 구입해 온다. 이 때 드는 경비는 마을 공동자금으로 충당한다. 상당 제신이 승려라는 이유로, 상당제는 물론 하당제 제물에까지 육류․어류를 쓰지 않는다. 육류, 어류를 기피하는 관념은 어느 한 제관이 겪었던 경험에 의해 더욱 강화된 바 있다. 어느 해인가 주민들이 마을회의 석상에서 제물이 너무 빈약하다 하여 돼지고기를 상에 올리기로 결정하였고 그리하여 그 후의 당제에서 돼지고기가 진설되었었다. 그러자 당시 제관을 맡았던 사람이 어장에서 조업을 할 때 사고가 빈번하여 생업에 큰 지장을 주었다. 이 제관의 불운은 주민들에게 당제에 진설된 돼지고기 탓으로 받아들여졌고 이 후 다시 육류, 어류 등 불가에서 금하는 음식은 일체 진설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음력 섣달 그믐날 새벽에 2명의 제관은 3벌의 깨끗한 옷과 자신들의 식량․제물을 챙겨서 당에 오른다. 당에 오른 제관들은 당집의 내부와 시루․절구, 그 밖의 제기들을 씻고, 당집 외부와 당샘을 청소한 다음, 제터 주위에 황토를 깔고 왼새끼 금줄을 친다. 이후부터 제관들의 목욕재계 등 정성스러운 행위가 계속된다. 목욕을 할 때 머리에서부터 찬물을 끼얹는데, 만약에 추운 나머지 입 밖으로 목소리가 새어나오면 정성이 깎인다 하여 나뭇가지를 입에 물어 소리가 새어 나오는 것을 막는다. 또 제일까지 기다리는 동안 이들은 상당제에서 쓰일 쌀을 나누어 놓고 겨․돌 등의 잡물을 일일이 가려낸다. 음식의 조리에는 솥 한 개를 이용한다. 우선 마을 주변에서 채취한 고사리․도라지를 솥에 넣고 간장과 깨소금으로 간을 맞추어 익힌다. 다음 밥 세 말 세 되, 떡 일곱 말 일곱 되를 한다. 이 때 쓰이는 계량 단위는 일상 계량 단위의 10배이다. 한 홉이 한 되로 불리우는 것이다. 떡은 제관들이 절구로 쌀을 찧어 만든 흰머리떡(백설기)이다. 이상과 같이 제물은 조리과정에서 마련된 메․떡․도라지․고사리뿐이며 술조차 준비하지 않는다.
    제관은 목욕재계 후 참기름을 축인 불을 켜고 제물들을 진설한다. 제는 <재배→구축→소지>의 순이다. 구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스님한테 잔을 드리고 메를 올렸습니다. 우리 마을민이 스님한테 말씀드린 것은 다름이 아니라 마을이 무사태평하게 해 주시고 농사도 잘되며 사업자는 고기도 많이 잡게 해 주십시오”

    소지는 제관․마을 전체․각 가정의 순으로 행해진다. 소지를 올릴 때 제관은 ‘00씨집 소지 올리니 잘 되게 해 주시고 소지 잘 올라가게 하시고 잘 받으십시오’라고 축원한다.
    상당제에 이어서 하당제가 거행된다. 하당제는 상당제의 절차에서 소지가 빠질 뿐 나머지는 같다. 새벽 2시경에 하당제가 끝난다. 이 때까지 주민들은 잠을 자지 않고 조용히 집에 머무르거나 밖에 나와 멀리서 당제가 거행되는 것을 지켜본다. 어떤 이는 짚으로 거리제에 쓰일 허수아비를 만든다.
    오전 10시경에 마을 앞 모래사장에서 거리제가 거행된다. 이 곳 거리제의 다른 이름이 ‘풍어제’인 것에서 나타나듯, 거리제는 주로 어업의 안전과 풍요를 위해 거행하는 것이다. 모래사장에 거적을 깔고, 부녀자들이 거적에 놓인 상에 메․떡․돼지고기․명태 등의 제물을 놓는다. 짚으로 만든 허수아비는 제상 맞은 편에 놓아둔다. 거리제의 제관은 상당, 하당제 때와 다른 사람이 한다. 제의 순서는 재배, 구축의 매우 간단한 것이다. 구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어장 사고 없게 해 주시고 질병 없게 해 주소서. 당신님께 이렇게 거리제를 지내니 잡귀 잡신은 숲으로 보내주시고 우리 마을에 좋은 일만 있게 해 주시며 고기 많이 잡게 해 주소서’
    구축이 끝나면 메․떡․명태․돼지고기를 조금씩 덜어 창호지에 싸서 허수아비에 묶어 놓는다. 다음 농악꾼들이 허수아비 주위를 돌면서 굿을 치다가 물살이 빠른 곳을 찾아가 물살에 허수아비를 띄워 보내면서 ‘마을의 재앙이나 나라의 재앙은 모두 김일성 갖다 주시오’ 라는 사설을 외친다. 허수아비를 바다에 띄워 보낸 후 남․녀․노․소의 모든 주민이 남은 음식을 모두 음복(飮福)하고, 농악꾼들이 각 가정을 방문하며 마당밟기를 한다. 마당밟기를 하러 온 농악꾼들에게 각 가정을 방문하며 마당밟기를 한다. 마당밟기를 하러 온 농악꾼들에게 각 가정에서는 술과 음식을 내고, 얼마간의 돈을 희사한다. 이 돈은 동중(洞中)돈(마을 공동기금)으로 적립된다. 마당밟기를 비롯한 놀이는 2~3일 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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